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는 자신임을 깨닫게 하소서
아버지!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사망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기 자체를 내세워
우주 앞에 자랑하기에 분망하고 있는 실상을
저희들은 보고 있사옵니다.
이와 같은 세상에서 과연
자기를 자랑할 수 있는가,
자기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가
심정을 더듬어 묵묵히 헤아려 볼 때,
거짓된 입장에 처해 있는 자신들인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되옵니다.
아버님!
오늘 저희들의 마음이
무엇을 그리고 있사오며,
무엇을 향하여 높이려 하고 있사옵니까?
이제 저희 마음이 저희 것 되지 못하고
저희 몸이 저희 것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때이옵고,
자기 자체를 세워
자랑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사옵니다.
저희 마음과 몸의 가치에 대한 최후의 결정은
저희가 지을 수 없고,
나타난 현상의 과정을 거쳐 목적지까지
저희 자신을 이끌어갈 수 없는 비참한 자아임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에게 생명이 있다 할진대,
그것은 저희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옵고,
어떤 이념이 있어서 저희 마음을
선의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할진대,
그도 역시 저희 것이 아닌 그 무엇에
연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님!
오늘날은 자신들을 세워 변명하기에 급급했던 모습과
자기 자체를 드러내어 높이고자 하던 자만심을 버리고,
자아를 정복할 줄 아는
하나의 승리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저희들이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