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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으로 화하여 하나되게 하소서

아버님!
아버지를 흠모하는 저희들이
아버지를 뵈옵고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와 더불어 의논할 수 있기를 고대하여
부족함을 무릅쓰고 모였사오니,
버려두지 마시옵소서.

아버지시여!
저희의 마음과 더불어 화하시옵고
저희의 몸과 더불어 인연을 맺으시옵소서.

아버님의 간곡한 심정의 흐름이
아버님의 것으로만 머물지 말게 하여 주시옵고,
실존하시는 그 자체의 생명의 흐름이
저희들 마음속 깊이 스며들 수 있는
이 시간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천천만 성도를 지휘하시는
아버지의 성상을 바라보면서
무한하신 아버지의 사랑의 품에 안길 수 있고,
그리움에 잠길 수 있는 저희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자연의 포근한 보금자리에 있음을
하늘 앞에 감사드릴 수 있고,
스스로 머리숙인 그 마음과 몸으로
아버지를 부를 수 있는
이 한 시간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님!
저희는 싸움의 노정에서,
저희를 불러 주시고 염려하시며
찾아 주시는 아버지이시기 전에
고요한 가운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니 느끼려야 아니 느낄 수 없고
아니 생각하려야 아니
생각할 수 없는 아버지이심을
알고 있사옵고,

아버지께서 저희를
아들이라 부를 수 있으며
저희 또한 아버지를
내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인연이
저희의 생애에서 기필코 맺어져야 할 것을
알고 있사옵나이다.

저희들 어느 한날 은밀한 가운데
아버지와 의논해 본 적이 있었습니까?
어느 한날
아버지의 은은하신 음성과
아버지의 영광에 취하여,
저희 자신이 몸 안에 있는지
몸 밖에 있는지 모르고
머리를 숙여 아버지 앞에
경배드린 때가 있었습니까?
신앙노정에는 그러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저희들은 알았사옵니다.

또, 그러한 시간을
저희에게 부여하시기 위하여
아버지께서 오늘까지
수고하신 것도 알았사오니,
이제 이 몸과 마음이
본연의 아버지를 즐겨 모실 수 있고,
본성의 아버지를 즐겨 모실 수 있고,
본질의 아버지를 즐겨 모실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어떤 조건을 걸어 놓고
대하시는 아버지가 아니라
마음의 흐름에 따라 같이 흐르고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시는 아버지이시기에,
본연의 느낌,
본연의 감정에 화하고 동하는 것만이
저희가 생명을 가지고 이 땅에 살 동안
가져야 할 소망이요
이념이라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보이지 않는 데에서
모든 것을 경영하시며
실적을 나타내시기 위하여 애쓰시는 아버지시요,
없는 듯하나 실존하시는 아버지시요,

저희와 관계가 없는 듯하나
저희의 마음을 주관하고 계시는 아버지시요,
무한한 세계를 관할하시는 아버지이심을
저희들은 알았사옵나이다.

그 관할권 내, 그 주관권 내의 움직임에
화(和)하고 정(靜)하고 동(動)할 수 있는
본연의 모습을 그리워하오니,
아버지시여,
저희를 버려두지 마시옵소서.

마음의 문이 닫힌 자가 있사옵거든
그 문을 열어 주시옵고,
사망의 그늘에 사로잡혀서
심적으로나 육신적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이 있사옵거든
그들도 역시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아버지,
버려두지 마시옵고,
실존하시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진정한 마음이 없다고 할진대,
천상의 아버지가 되시고
실존의 아버지가 되시는 당신 앞에
부끄러운 자가 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저희들의 마음이 각각 다를지라도,
사정 사정이 각각 다를지라도,
처해 있는 환경과 내적인 관습,
심중에 갖고 있는 주관(主觀)과
주의 관념이 각각 다를지라도,

본연의 심정세계에 화하려는 마음만은 같아서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거기에 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아오니,
이 시간 그럴 수 있게 저희를 이끌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모든 것을 아버지 앞에 털어 놓고
무아(無我)의 심정으로 본연의 심정을 찾아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고,
말씀을 통하여 자신을 다시 새롭게 빚어낼 수 있는
은사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