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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문 열어 아버지의 실존을 느끼게 하소서

아버님!
많은 사람들이
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하면서도
당신을 찾기 위하여
지극히 서글픈 역사노정을
허덕이며 걸어왔음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계시는 듯하면서
계시지 않은 것 같은 아버지의 실존,

역사와 더불어 살아 계신 것 같으면서
확실히 존재하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없는 아버님이시여,

저희의 마음과 더불어
같이 계시는 것 같사오나
실체적인 존재로
규정지을 수 없는 아버지를
저희들은 심히도 슬픈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사옵니다.

선의 이념으로 만우주를 지으시고
인간에게 참된 양심을 주시어,
지정의(知情意)의 감정을 통하여
그 선의 이념을 체휼할 수 있는
놀라운 축복을 내려 주신 것을
저희들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하오나
아버지의 실존성은
어느 한때의 시간적인 한계에서
느껴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음도
저희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저희의 마음으로 찾아드는
아버지의 성상이 그리워질 적마다
저희들은 자신도 모르는 서글픔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처참한 자아의 모습을 놓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이런 경지로 이끌어 주시는 아버지,
그것은 저희의 생명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기 위한
아버지의 역사적인
심적 작용임을 알고 있사옵니다.

역사의 배후에서
역사를 하나의 실체적인
이념으로 구성하기 위하여
그 심정과 마음을 통하여 찾아 주셨던
아버지를 알기 원하옵고,

아버지의 마음을
저희의 생활의 이념과
생의 이념으로 세우기를
간곡히 고대하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아버님의 실존의 가치를
확실히 알지 못함으로 인해
저희 생활의 가치도 알지 못하고
저희의 생의 가치도 알지 못한 채,

오늘도 내일도 허덕여야 할
처참한 입장에 처해 있사오니,
사망선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오늘날 저희 개체 개체를
긍휼히 보아 주시옵소서.

이제 아버님,
사랑의 손길을
펴 주시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된 줄 아옵니다.

그 사랑의 물결이
저희들의 주위 환경과
저희들의 심정의 세계에까지
미쳐야 되겠사옵고,

홀로 주도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그 아버지의 심정의 권한을
저희들이 회복해야 될 때인 줄 아옵니다.

마음을 중심 삼고 싸워야 할 시기가
당도할 줄 알고 있사오니,
이제 닫힌 마음문을
열 수 있는 아량을 가진 자들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몸을 굽혀 아버지 앞에
경배드릴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아들딸이
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었사오니,

저희들의 마음문을 두드리는 아버지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저희 앞에 현현하시는 아버지의 손길을
바라볼 수 있는 저희들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