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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부모와 손자와의 관계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손자가 집에 들어와서 '아이구,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 갔어?' 하면 어때요?
  어머니 아버지도 앉아 있고, 자기 형제들도 많은데 들어오자마자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 갔어!' 한다면 그게 어울려요, 안 어울려요? 그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말도 반말로 합니다. '할아버지 어디 갔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말을 생각해 볼 때, 지금 80세가 넘어선 할아버지 할머니인데, 이건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이 대담하게 버티고 서서, 아버지 어머니도 다 있고 형님 누나가 자기보다 더 훌륭한 분인데, 거기서 버티고 서서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 갔어!' 해도 전부 다 눈이 휘둥그래져서 '야, 요놈아! 요 녀석아! 뭐야?' 하고 책망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건 왜이겠습니까? 보통 같으면 말이에요, 다른 데서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우리 할아버지께 대고 너 그럴 수 있어?' 하고 야단칠 텐데 손자가 버티고 서서 그런 얘기를 하면 좋아합니다. '그래, 그래. 할아버지 보고 싶어?' 하고 묻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할아버지에 대해서 '어디 갔어?' 하는 것이 떡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밥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 내용이 문제입니다. 내용이 뭐냐 하면,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것은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그건 좋은 것입니다.
  천하가 보고 싶어하고 또, 보고 싶은 동시에 그 다음엔 무엇 때문이에요? 가만히 사방을 둘러보면, 형님을 가만 보고 누나도 다 가만 보면 지금 그 무릎에 가서 좀 앉고 싶은데, 요리 바라보고 저리 바라봐도, 형님 눈치를 가만히 보고 가서 3분만 앉게 되면 밀어낼 것이 뻔합니다. 또, 아버지도 가만히 보니까 바쁘고 피곤한 아버지…. 그거 다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가서 궁둥이를 대고 10분만 앉아 있어도 싫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감각이 빨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가만히 보면, 할아버지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무릎에 앉으면 한 시간을 앉아도 가만 있고 두 시간을 앉아도 가만 있는 겁니다.
  그렇게 앉더라도 집안 식구들 가운데서 제일 자기를 많이 품어 주는 겁니다. 품어 주고 '요 녀석 코가 어떻고, 요 녀석 귀가 어떻고…' 하면서 만져 주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다듬어 주고, 쓰다듬어 주고, 만져주고, 어떤 때는 안 만져보는 데 없이 다 만져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싫지 않습니다. 그게 얼마나 근사해요? 얼마나 멋지냐 말입니다. 그건 나무 맨 꼭대기가, 나무 종대 꼭대기가 뿌리와 하나되겠다는 그 말과 통하는 겁니다. 그러면 종대 뿌리하고 종대 순하고 좋아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거기에 달린 모든 뿌리와 모든 가지는 좋아하지 않으려 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걸 생각해 봐야 합니다. 종대 순하고 종대 뿌리하고 좋아하게 되면, 그것은 뭐냐 하면 모든 전체를 품을 수 있는 인연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볼 때, 뿌리 중에서 종대 뿌리가 집안에서 누구라구요? 손자, 장손이다 그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언제나 눈을 뜨고 장손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본다 이겁니다. 이걸 알아야 됩니다.
(선집 13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