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유별난 동정심과 이웃사랑
철이 들고 나서는 새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고 우물을 파 주었습니다. 내가 정성을 들여 샘물을 파고 “새야, 너는 여기에 와서 물을 먹어야 돼” 하면 와서 먹더라는 것입니다. 내가 먹을 것을 갖다 주면 그걸 먹고, 내가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더라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고기는 물 안에서는 다 사는 줄 알고 한번은 물구덩이를 파서 잡아넣었어요. 하루 밤을 자고 나니 다 죽어버렸습니다. 그걸 보고 “정성들여서 널 살려 주려고 하는데 왜 죽었노?” 하면서 우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면 선생님이 정적인 사람입니다. 고기보고도 “야, 네 엄마가 울겠구나” 합니다. (173-27, 1988.02.01)
우리 아버지는 개 잡는 것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어머니를 내세워 내가 사랑하는 개를 잡는 것이었어요. 내가 학교에 갔다 오니까 그 개를 매달아 잡고 있잖아요? 자기 목이 걸린 줄 모르고 그저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목 매달린 개를 붙들고 통곡을 했어요.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인간은 믿을 수 없지만 개는 믿을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71-145, 1974.04.29)
선생님은 겨울에 떨고 지나가는 거지를 보고서는 밥을 못 먹고 잠을 못 잔 사람입니다. 그런 성격을 가졌어요. 엄마 아빠한테 그 거지를 안방에 데려다가 잘 먹여 보내자고…. 그런 바탕이 하늘이 사랑할 수 있는 바탕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동네에서 밥을 굶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밤잠을 못 잡니다.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하고 어머니한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러면 어머니 아버지도 “너는 뭐 동네 사람까지 전부 다 먹여 살릴래?” 합니다. 그럴 때에는 어머니 아버지 몰래 쌀독에서 쌀을 퍼다가도 주었습니다.
우리 집은 수백 통의 양봉을 했습니다. 시골에는 기름이 없어서 불을 못 켜는 집이 있거든요. 그래서 초(밀랍)를 짓이겨서 일일이 배급을 줍니다. 당시에 돈으로 얼마 하는지는 내가 철부지였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요. 그래서 결국 아버지한테 혼쭐이 났습니다. (56-33, 1972.05.10)
동네의 가난한 친구들은 조밥이나 보리밥을 싸 가지고 와서 먹습니다. 나는 그걸 보고 내 밥을 그냥 못 먹습니다. 바꿔 먹으면 먹었지요. 또 친구들의 부모가 아픈데도 병원에 갈 돈이 없을 때에는 선생님이 어머니 아버지한테 가서 눈물을 흘리면서 병원에 가게 돈을 내라고 합니다. 돈을 내지 않을 때는 “나 돈 쓸 데가 있어 어떤 어떤 물건을 갖다 팔 테니 그런 줄 아십시오”라고 선포하는 겁니다. (58-79, 1972.06.06)
선생님은 돈이 있으면 전부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일본을 사랑하는 조건을 세우자’ 생각했습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커다란 삼목(杉木)을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며 운 적도 있습니다. (15-182, 1965.10.08)
왜정 때에는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고학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너희들 배고프지? 우리 집에 오라”고 합니다. 식권이 나오면 한 달 먹을 것을 다 모아서 “먹어라, 먹어라. 마음껏 먹어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한 3일 되면 다 없어져 버립니다. (155-316, 1965.11.01)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학생을 졸업시키기 위해서 몇 달 동안 학교를 그만두고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 노릇까지 했습니다. (26-69, 1969.10.18)
패거리들이 약한 자를 괴롭힐 때에는, 그들을 모두 단독으로 해치웁니다. 공(公)을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맞을 때의 그 기분, 이것은 모두 인생철학에서 필요한 문제입니다. (15-132, 1965.10.03)
선생님도 피를 토하며 사경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습니다. 하지만 감옥에서는 함께 일하던 동지들에 대한 책임과 의리를 위해 생명을 걸고 나 혼자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죽인다고 위협해도 말을 안 했습니다. (23-132, 1969.05.18)
각목으로 소름끼치는 고문을 당할 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의리를 지킬 줄 알아야 되는 것입니다. 한번 약속을 했으면 자기가 망하더라도 지켜야 합니다. 고문을 당한 후 하루 밤만 지나면 그날은 슬픈 날인 동시에 잊을 수 없는 날로 남아집니다. (33-115, 1970.08.09)
나를 감옥에 가두어도 내 마음과 내 이념은 가두지 못합니다. 나를 치라는 것입니다. 나를 치게 되면 지금까지 내가 하나님 앞에 걸어 나온 길과 하나님이 닦아 나오신 길과 연결됩니다. 그러니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 감정하라는 것입니다. 칠 테면 쳐라! 내가 너를 미워하는가, 안 미워하는가? 매를 맞고 피를 토하면서도 “아! 잘 맞았다. 역사적인 모든 원한의 인류를 대신해 맞았다. 내가 맞고 잊어버리고, 내가 이것을 기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하나님이시여! 이들을 용서하소서”라고 했다면 이것이 얼마나 멋집니까? 그 자리를 지나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죽이는 자리에 서야 합니다. (27-73, 1969.11.23)